흐르는 시간 속 자아를 향한 열렬한 위로와 공감-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상영작
[코리아투데이 김상수 기자] 소피 필리에르(Sophie FILLIÈRES)의 <뒤죽박죽 내 인생>(This Life of Mine, 프랑스어 원제: Ma vie ma gueule)이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올해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뒤죽박죽 내 인생>은 괜찮은 엄마, 동료, 연인으로서 살아왔다고 생각하던 바르베리 비셰트가 50대 중반을 맞이하면서 겪게 되는 내면과 일상, 자아의 변화를 따라가는 영화다. 2024년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공개된 이 작품은 <신경쇠약 직전의 신부>(2005), <당신이 안 한다면 내가>(2014), <마고가 마고를 만났을 때>(20218) 등 독특한 프랑스 코미디 영화로 잘 알려진 소피 필리에르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배우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 소피 필리에르 감독은 혼란의 기로에 선 인물의 심리 묘사와 언어의 묘미를 한껏 살린 코미디로 정평이 나 있으며 <뒤죽박죽 내 인생>에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나이 드는 육체, 점점 좁아지고 느슨해지는 사회적 관계망, 점차 사라지는 언어와 감각들을 마주하는 인물을 통해 웃음과 위로를 전한다. 여기에 <타인의 취향>, <룩 앳 미>의 감독이자 배우 겸 작가로도 활동해 온 아네스 자우이가 주연을 맡아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이며 동갑내기 두 여성 창작자가 현실에서 치열하게 돌파해 왔을 시간의 무게를 엿볼 수 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황혜림 프로그래머는 “‘중년의 위기’라는 한 마디에 결코 다 담을 수 없을 시간을 통과하는 인물의 불안과 망각, 내적 붕괴와 재구성 사이의 삶을 포착하며 질문하는 영화”라며 <뒤죽박죽 내 인생>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지난날에 대한 향수 어린 회고나 한탄이 아닌, 현재형의 직진 돌파로 나이 듦의 시간 속에서 분해되고 재구성되는 자아의 속내를 파고드는 끈질김과 치열함”이 전하는 웃음과 위로를 통해 “나이 드는 시간 속 자아의 해부도라는 맥락에서 열렬한 공감의 지점을 발견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지난 2006년 제8회 영화제에서 소피 필리에르의 전작 <신경쇠약 직전의 신부>(2005)를 소개한 바 있으며, 이번 영화제에서 지난해 타계한 감독의 마지막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하여 아시아 프리미어로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다.
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 22일(목)부터 8월 28(수)까지 일주일간 CGV 연남, CGV 홍대,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개최된다.